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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의 정장, 흔히 로고라고 부르는 문양은, 펼쳐진 책 위에 'Veritas Lux Mea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문구가 아로새겨 있습니다.

 

  저는 늘 궁금했습니다. 이 시대에 이 상징이 적절한가? 그래서 상상해 봅니다. 진리는 나의 빛이라는 텍스트는 그대로 두더라도 바탕의 그림은 최소한 바꾸고 싶다. 책의 왼편은 그대로 두죠.  로고스logos 즉 진리를 찾는 건 그대로 둡시다. 하지만 오른편 페이지까지 로고스로 채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반대편은 에로스 또는 파토스, 즉 감성과 공감으로 채워 보면 어떨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 디오니소스적 자유, 컴패션(동감)입니다. 이를 통해 ‘나 중심’이 아닌 우리를 느끼는 시대상을 반영하고 싶습니다.

  저는 교육이라는 단어도 진부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 대신 ‘새로운 배움의 기회’ 어떨까요?  그런 의미에서 문화가 중요합니다. 문화는 서울대학생이 겪을 총체적 경험의 절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학창시절은 동료들과의 만남, 그리고 시대와 사회로부터의 자극으로 가득했습니다. 하나의 진리라는 획일성이 아닌 우리, 특수성들과의 조우를 통해 경험이 풍부해 집니다.

  저는 문화예술원이 책의 오른쪽 페이지 역할을 해 주길 바랍니다. 강의실과 강의실 사이의 여백을 문화로 채워주십시오. 대학경험을 풍부하게 하고 창의적 자극으로 가득 채워 주십시오.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2023년 3월 3일 순환성 국제심포지움 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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